대학교와 대학원의 차이 (부제: 학사/석사/박사 학위란?)
도입
2022년도 OECD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교 진학률은 약 70% 인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고수치이며, 평균인 약 47 %의 1.5배 수준의 높은 비율이다. 교육통계연구센터의 교육통계서비스를 통해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진학률 및 학위과정별 졸업자 수를 정리해 보았는데, 그 기간동안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약 65 - 85 %를 기록하며, OECD 회원국의 평균수치에 비해서는 지속적으로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4명중 3명이 대학을 진학하는 상황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 졸업생 수의 변화도 같이 짚어보았다. 학사과정은 약 2015년부터, 석사과정은 약 2010년부터 졸업생 수가 더이상 늘지 않는데, 박사과정의 경우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증가해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분야를 나누어 비교해보아도, 이공계 (공학+자연)와 기타 분야 박사과정 졸업자 모두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를 보면 대학원 진학자 (특히 박사과정)의 숫자는 늘어나는데, 과연 대학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진학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필자가 대학교에 다닐때 들었던 얘기는, 대학교때 공부를 잘하던 사람은 대학원에 진학하는게 좋고, 공부를 못하던 사람은 대학원을 포기하고 회사등 다른 진로를 찾으라는 얘기였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필자는 공부를 못하는 편이였으나, 여러 이유로 대학원을 진학했고, 지금까지도 학계에 남아있다. 그동안 필자는 대학원 과정을 경험하고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학부과정과 대학원과정이 이런게 다르구나를 알아차렸다. 이 내용을 아래에 나름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학부과정과 대학원과정의 차이
결론부터 말하면, 학부과정은 만들어진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고, 대학원과정은 만들어진 지식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과정이다.
학부과정
우리는 학부과정동안 해당 학과의 다양한 수업들을 듣고 경험하면서, 그 학과의 필수 지식을 쌓고 그중 일부 분야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지식을 쌓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과서를 비롯해, 백과사전, 논문, 실습서 등등 다양한 문헌종류를 습득하게 되고, 각각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찾고 공부하는지 등을 경험하게 된다.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고등학교때까지 우리가 열심히 해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다루는 내용의 깊이가 있거나 진도가 나가는 속도가 빨라서 상대적으로 어렵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때는 당연히 시험을 보는 시점인데, 여담으로 자연계열은 이해/암기에 방점이 찍혀있어서 매우 높은 난이도의 시험문제들이 출제(ex. 1주일간 동료들과 토른을 하면서까지 풀어내라는 수학과 시험문제 썰이 있다.)되는데, 공학계열은 실무능력에 방점이 찍혀있어서 전자기기를 제외한 자료를 시험장에 들고오는 오픈북 시험(ex. 선배들이 모아준 족보들도 인쇄물이므로 지참이 가능함)이 주로 진행되었다. 세세한 부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존재하는 지식에 대해 문제가 나오고, 답을 하는 방식은 고등학교때까지 경험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한국 기준으로는 4년제 대학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학사학위(Bachelor’s degree)를 받게 되고, 2/3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하면 전문학사/준학사 학위를 받는다. 한국에서도 전공에 따라서 기간이 달라지는데 (ex. 건축학과 5년과정, 의과대학 6년과정 등), 해외 대학들의 경우 전공이나 지역에 따라 3년에서 6년까지 기간이 다양하다.
대학원과정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보통 어떤 교수님/박사님 연구실에 소속이 되고, 해당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연구와 연결된 연구주제를 받게된다. 다만, 한국 대학원생들은 대학원 수업을 일부 학점만큼 필수로 수강(석/박사 과정 모두)하고, 남은 시간동안 연구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해외 대학원의 경우 (보통 유럽지역) 박사과정때는 대학원수업이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학원 수업 수강은, 방법적으로는 학부과정과 동일하므로 여기서는 서술하지 않겠다. 남은 연구활동에 대해서 설명하면 크게 1) 문헌검색 및 조사 (주로 학술논문들), 2) 연구 수행 (실험이나 시뮬레이션 등), 3) 문서 작성 (학술논문, 보고서, 과제제안서 등)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1) 문헌검색 및 조사
본인의 연구주제에 대해, 기존의 연구자들이 어떤 연구를 진행했는지, 문제점은 무엇이였는지 등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다. 즉, 학부과정에서 익힌 ‘만들어진 지식의 습득’을 활용하는 과정이다. 다만, 학부때는 주로 정리가 잘 된 교과서의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였다면, 대학원에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학계에 요약보고되는 학술논문들로부터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방법은 동일하나, 학술논문의 목적자체가 그 분야의 연구자들끼리 빠르게 새로 얻은 지식을 공유하는 목적이므로, 그분야 사람들이 아니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서다보니, 처음 대학원에 들어와서 논문 읽는 법 자체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통 학교 도서관에서 학술논문 읽는 법 등의 유용한 세미나가 많이 열리니 찾아서 잘 수강하길 바란다. 보통 학부과정에서 공부를 잘했던 학생들은 1)도 잘 하는 편이여서, 달리기 시합에서 출발선 앞쪽에서 시작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2) 연구 수행
1)을 통해 기존의 연구들에서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면,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내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들(실험결과,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연구실에서 기존에 자주 사용해왔던 도구들 있으면, 도구의 사용법만 잘 익히면 증거확보 자체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그러나, 대학원 과정이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과정인 만큼, 쉬운 것들은 보통 내가 발전시킨 것이 아니여서, 결국 쉬운 도구들을 이용해 무언가는 어려운 것을 해내야한다. 반대로 연구실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주제의 경우에는,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부터 찾아내고 설치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배운 노하우들은 언젠가 도움이 된다. 여기부터는 나만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사실 쥐어짜내는) 과정의 시작이다. 그렇기에, 앞에서 비유한 달리기 시합을 가져오면, 시헙중 발생하는 수많은 상황들로 인해 언제든지 추월하기도 뒤쳐지기도 하게 된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남과의 비교는 무의미해지고,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3) 문서 작성
2)를 통해 알게된 새로운 내용들을 문서로 작성해서 다른 연구자들에게 알리며, 그 분야에 기여를 하는 과정이다. 대학원생의 경우 학술논문작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수행에 필요한 금전적 지원을 해준 기관에 연구결과를 보고하는 문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과제를 기획하는 문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또한, 학술논문과 별개로 특허를 작성하기도 한다. 각 문서마다 목적과 형식이 다르므로, 같은 연구결과를 가지고도 앞에서 말한 서로 다른 4가지 문서를 작성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2)에서 얻은 나만의 아이디어나 지식을 글로 잘 표현해야 하는데, 여차하면 ‘나만 이해하는 글’로 빠져버리기 쉬워서, 남들이 이해할 수 있는 속도와 방법으로 글을 작성해야 한다. 1)과 마찬가지로 글쓰기 강좌는 학교도서관에서 자주 세미나가 열리니 꼭 찾아서 수강하길 바란다.
학위논문 발표 (디펜스)
앞에서 말한 1)에서 3)까지의 연구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지식을 충분히 쌓았다라고 하면, 그 뒤 최종적으로 학위논문 발표(디펜스) 및 학위논문 제출을 하면서 석사학위 (Master’s degree) 또는 박사학위 (PhD, Doctor of Philosophy)를 받게 된다. 참고로, 학위논문 발표/제출이 없이 졸업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를 석사수료 또는 박사수료로 부른다. 이때의 심사기준은 크게 보면 ‘나만의 지식’의 깊이와 과학적인 논리근거, 그 분야에 대한 기여도 등이 있다. 보통 석사학위 (Master’s degree)취득까지는 2년이 소요되고 늦어도 3년이면 학위를 받게 된다. 석사학위는 그 분야의 충분한 지식을 지니고 있다라는 뜻이 강해서, 성실히만 연구책임자의 지도를 잘 따라왔다면 큰 문제없이 학위를 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박사학위 (PhD, Doctor of Philosophy)이다. 보통 4년과정이긴 하나, 기약이 없다. 박사학위의 영문명에 들어있는 Philosophy ‘철학’으로 생각해보면, 해당 분야에서 자신만의 깊이있는 논리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야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만이 박사학위 취득이 가능한 것이다. 이 박사학위 자격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시 하기로 한다.
결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이 표현을 ‘알아가는 과정’과 ‘보는 과정’으로 나누어보면, 학부과정과 대학원과정의 차이를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과정에서는 ‘알아가는 과정’이 기존 지식을 공부하는 과정이고, ‘보는 과정’이 시험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대학원과정에서는 ‘알아가는 과정’이 기존 지식을 공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지식들과 내 연구활동 경험 모두를 엮어가며 확장하는 것이고, ‘보는 과정’이 논리정연하게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나만의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를, ‘나만의 지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제대로 경험해본 사람은, 얼마든지 다른 새로운 분야에서도 핵심을 파악하고 도전을 해서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과정이 절대 쉬운길은 아니다. 하지만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것도 계속 나에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던지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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